방탄소년단 화양연화 on STAGE EPILOGUE 콘서트 후기

- 방탄소년단은 왜 굳이 '아이돌의 끝'을 직면하려 들까




* 아래는 전혀 기사화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고로, 회사 및 기고 중인 매체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제 사견을 밝힌 글임을 일러둡니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on STAGE 에필로그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5월 7일, 8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됐고,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금세 매진됐었죠. 사실 좀 놀랐습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릴리즈한 아이돌도 아닌 데다가, 데뷔 당시만 해도 힙합이란 (아이돌씬에선 '알고보면 익숙하나') 낯선 장르적 색채를 강조하면서 등장했기 때문에요. 저도 이 팀의 이번 스페셜 앨범 타이틀곡 '불타오르네' 가사처럼 수저수저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만, 이런 면에선 흙수저' 뉘앙스가 담긴 질문을 던진 분들의 생각도 이해가 갑니다. 또 이 팀이 어떤 마음으로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시작해 정말 열심히 했다"는 답을 내놨는지도요. 물론 어느 기획사든 모두 똑같이 힘들게 연습생 생활을 하지만, 일단 데뷔가 결정되고 릴리즈된 순간부터 숨 막히는 생존 경쟁이 시작되면 얘기가 좀 달라지게 마련이죠. 중소규모 기획사 소속 아이돌들이 상대적으로 더 야생에 놓이는 건 현실적으로 꽤 증명된 사실입니다.


참. 잠시 사족을 달자면..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힙합 아이돌'이란 개념은 지독히 상충되는 영역의 것들을 묶은 것이죠. 그래서 저도 이 말을 (부득이하게) 써야할 때면 난감합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 개인적으론 이 개념을 인정하게 되면 힙합이 지닌 최고 존엄(...)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힙합이란 장르 자체가 지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장르에 속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 어떤 장르보다 짧은 시간안에 빠르고 탄탄하게, 또 어떤 장르보다 굉장히 폭발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역사를 구축해왔으니까요. 때문에 아이돌이란 정체성에 과감히 힙합을 내세웠다간 감당하기 무거운 비판 혹은 힐난에 시달릴 여지가 있었고요. 여느 음악 장르가 그렇듯, 클래식이 완벽할수록 변형(물론 변종도 존재한...)에 예민해지니까요. 명반이 탄생하고 훌륭한 음악가가 있는 장르는 연표가 얼마나 기냐에 구애받지 않잖아요.


아무튼! 방탄소년단이 초반 장르적 타협을 이뤄내지 못한(=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 시기에 리드머에서 강하게 비판받은 것도 있고(참고로 이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입장은 '4가지쇼' 랩몬스터 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소속사가 아이돌 그룹을 처음 내놓는 회사란 불안감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이들의 체조경기장 입성이 이렇게 빨리 가능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가능하겠지만, 4년차엔 힘들지 않을까.'




NEVER MIND-YOUNG:FOREVER의 평행이론



하지만 지난해 화양연화 시리즈, 미니 앨범 파트1과 파트2을 듣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진 이 팀이 스토리텔링에 굉장히 강하고, 이 점을 오랫동안 다른 분들께 강조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음악적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꽤 오래전부터 랩몬스터(a.k.a 런치란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 역량이 아이돌 필드로 왔을 때 어느 정도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고요. 다만 그와중에도 제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회사 차원에서 틀을 만든 스토리텔링(ex.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기획에 포함됐던 각종 콘텐츠가 10대를 획기적으로 끌어모으리란 점이었습니다. 실제 이 부분은 최근 아이즈에서 강명석 편집장님이 글로 짚으셨고(방탄소년단이 '떡밥'들로 만든 세계, 강명석의 This is it, 20160427), 또 제가 쓴 기사에서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님이 말씀하신 부분([뮤직와치]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 방탄은 어떻게 성공했나, 박희아, 20160421)이기도 하죠. 백수 시절. 유튜브에서 방대한 양의 방탄밤을 보고 놀랐던 제가 유일하게 짐작한 바이기도 했고요. 마케팅 플랫폼 자체가 10대를 끌어모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보니..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고 그 결과물을 7일에 봤습니다. 저는 멜론 악스홀(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2014년에 열렸던 첫 콘서트 '레드 불렛'만 가보지 못했는데요. 굳이 그 콘서트를 보지 않았더라도 지난해 3월 BTS 비긴즈, 11월 화양연화 프롤로그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팀이 어떻게, 또 얼마나 가요계에서 파이를 키웠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1천석, 3천석, 5천석, 1만석. 악스홀부터 하루 공연 좌석수를 대략 이 정도로 잡아보니, 이 숫자만 봐도 '차근차근'이란 수식어가 이만큼 어울리기도 어렵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해외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을 두고 공연을 해봤겠지만, 아무리 해외 진출을 중요하게 생각해도 '체조경기장'이란 곳은 국내 가수들에게 상징적으로 굉장한 의미가 있는 곳이니 그렇게 펑펑 우는 것이 이해가 갔습니다. 


콘서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무대는 '버터플라이(Butterfly)', 그리고 'EPILOGUE:YOUNG FOREVER'였습니다. 우선 '버터플라이'에서 느낀 건, 방탄이 상당히 밸런스 있게 짜인 팀이라는 점. 방탄소년단이 꽤 다양한 분위기를 소화할 수 있게 멤버를 구성했고, 언뜻 보면 굉장히 이질적인 7명이 조합된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하마터면 평범한 수준에 머무를 뻔 했던 발라드 퍼포먼스를 완벽한 '팀' 차원의 퍼포먼스로 조직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버터플라이'보다 더 강렬했던 무대는 역시 'EPILOGUE:YOUNG FOREVER'였습니다. 앞서 화양연화 프롤로그 콘서트 때, 제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무대는 'NEVER MIND'였습니다. 자신의 앞에 설치된 거울을 보며 랩을 시작한 슈가가 '(음악한다고) 집안 거덜낸 것 같냐 새끼야'라는 가사를 뱉는 순간, 네.. 왜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지 알겠단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전보다 이 팀이 훨씬 흥미로워졌습니다. 이젠 화양연화 전에 몇몇 멤버들에게서 풍겼던 묘한 자괴감을 다 털어낸 모습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치는 건 팬들을 보며 랩을 하고 있는 슈가 자신의 모습이었는데, 어떤 마음일지 짐작조차 안 가더군요.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은 왜 아이돌의 끝을 인정하려 하는가 : 그 질문에 대한 답



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랩몬스터와 제이홉에게 따로 물었었는데, 그 질문은 각각 "왜 굳이 안전하게 정상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프로듀싱에 도전했냐(랩몬스터)"와 "보통 아이돌 그룹은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박수갈채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건 의외였다(제이홉)"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내내 들뜬 표정으로 웃고 있던 두 사람은 제가 놀랄 정도로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래는 기사화되지 않은 대답 전문입니다.


랩몬스터 : 연습생 때 미디 학원을 한 달 돈 내고 갔었거든요? 비밀로 했는데 들켰어요.(웃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음악 장르에서도 그렇고 분야에서도 경계가 없어진 느낌이잖아요프로듀싱 하는 분들이 멀티 플레이어처럼 활동하시고요그리고 사실, 그런 흐름도 있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얘기와 그 분위기를 내고 있을 때 완전히 제 것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비트와 트랙을 가지고 제 노래를 부르는 거죠제가 진짜 나중에 솔로를 하고 혹은 정말 내 입지를 다져야 할 때는 그게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러다보니 제가 처음부터 해야겠다, 그런 다짐을 이번에 처음으로 하게 됐어요막상 실행에 옮겨 보니까 잘 되고 있습니다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좋은 프로듀서 분들이 도와주셨고요.


제이홉 : 네? 저요?(웃음) 아무래도 그 가사를 쓸 때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사랑이라던가, 관심, 그런 것들이 개인적으로 영원할 수는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현실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런 영광이 영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잃고 싶진 않다는 그런 간절함을 담아서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와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제이홉에게 한 질문을 듣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며 끄덕이던 슈가의 모습이었습니다. 인상 깊은 대답을 하나 더 들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팀이 어디까지, 어떻게 자신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저 저 곡에서 들려준 가사 몇 줄이 꽤 무겁게 다가왔고, 이것이 다른 아이돌 그룹에게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유약하되 강한, 그런 지점이었다는 것.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형 공연장에서의 무대 활용법에 대한 고민 필요



무대 자체를 좀 넓게 썼다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전 콘서트들이 중소규모에서 개최됐었기 때문에, 거기 익숙한 저는 무대를 어느 정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앨범마다 들어있는 cypher를 비롯해 꽤 많은 힙합곡들을 부르는데 크게 힘들어보인단 생각도 못했을 정도로 공연을 즐긴단 생각이 들었었고요. 대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관객을 관찰자 입장에 놓고 공연을 기획하는데 비해 확실히 팬을 '참여자'로 상정한단 느낌을 줬습니다. 하지만 공연장이 넓어지면서 이 느낌이 많이 사라진 게 안타까웠습니다. 한 평론가 분은 제게 "빅뱅이나 블락비 등 비슷한 성질을 지닌 그룹들의 콘서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돌출을 더 활용했더라면 한층 더 폭발력 있는 공연이 됐을 거라고 아쉬운 마음을 적어봅니다. 이대로라면 전 중소규모 공연장에서 봤던 방탄소년단이 조금 그리워질 것 같기 때문에.





어쨌든 좋았습니다. 급하게 마무리하는 이유는.. 사실 (공식적으로다가) 할 일이 남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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