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MV에는 왜 자꾸 같은 장면이 나오나요?




* 이미 회사 차원에서 나간 기사가 있습니다만(‘방탄 쇼트필름 속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 http://news-ade.com/?c=news&m=newsview&idx=1000011972), 원래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보다 좀 더 확장된 공간을 담은 것이었기 때문에 블로그로 원본을 옮겨왔습니다. 이후 심심해서 제 말투로 이 말, 저 말 덧붙여 봤습니다. 기자와 비평가의 중간 정도에서 가볍게 쓴 글이 아닐까 싶어요. 




방탄소년단이 곧 정규 2집 ‘WINGS’로 컴백한다. 앞서 방탄소년단 측은 멤버별 스토리텔링이 담긴 쇼트필름 7편을 모두 공개했다. 그런데 신기하다. 이 쇼트필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신들은 이미 방탄소년단이 첫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DANGER’에서 연기했던 장면들! ‘I NEED U’, ‘RUN’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소품, 장소, 의상들도 종종 등장한다.


이건 좋게 말하면 상징, 매우 비뚤게 보면 ‘재탕’이다. 하지만 아이돌 한 팀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교하게 제작한 콘셉트가 의미 없는 ‘재탕’에 굳이 힘을 쓸 리 있을까.


실제 그동안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영상 콘텐츠들은 상당히 유기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배경 및 소품을 활용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쇼트필름, 프롤로그 영상 등을 포함한 스토리 기반 콘텐츠들의 콘티 자체가 2년 치 발매를 염두에 두고 짜인 모양새다. 여기에 쇼트필름이나 10분이 넘는 길이의 콘서트 프롤로그 영상은 타 그룹에서 활용하지 않았던 형식이란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 좌측 하향 세 컷은 ‘화양연화 : 온 스테이지’ 프롤로그 영상 속 장면이다. 우측 하향 네 컷은 정규 2집 뷔 쇼트필름 ‘#STIGMA’ 속 장면. 






# 뷔는 다음에 어떻게 됐나요?


콘텐츠 간 유기성.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콘셉트에 학교 3부작과 청춘 2부작이라고 이름을 붙인 까닭을 키워드 한 줄로 압축하자면 이렇다. 청춘 2부작에 속하는 ‘화양연화’ 파트 1과 파트 2는 각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부터 ‘화양연화 : 온 스테이지(ON STAGE)’ 콘서트 프롤로그 영상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덕분에 공통된 상징 및 상황이 많기 때문에 스토리가 전개되는 과정 전반에서 이것저것 찾아 해석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예로,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에 반항하는 소년은 바로 뷔다. 뷔는 ‘I NEED U’ 뮤직비디오에서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다음으로 내놓은 11분짜리 프롤로그 영상에서 손에 피를 묻히고 눈물을 흘린다. 프롤로그 마지막에 바다로 뛰어든 뷔. ‘RUN’에서는 물 속에서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럼 ‘WINGS’ 쇼트필름에서는 어떻게 되냐고? 경찰에 잡혀가 취조를 받는다. 이어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숨은 사연이 자연스럽게 공개된다. 뷔는 부모를 그리워하고, 시리즈처럼 이어지는 제이홉의 쇼트필름 제목은 어머니를 뜻하는 ‘#MAMA’가 되는 식이다.








▶ 위의 두 컷은 ‘화양연화 : 온 스테이지’ 프롤로그 영상 속 장면이다. 아래 두 컷은 지민 쇼트필름 ‘#LIE’ 속 장면.




# 사연 많은 멤버들, 사연 담는 공간


이처럼 일곱 명의 멤버는 모두 각자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 있는데, 바로 물, 도로, 콘테이너 박스다. 이들은 바다나 물이 보이는 공간에서 여러 차례 뜀박질을 한다. 또 지민이 ‘I NEED U’ 당시 울면서 편지를 태우던 젖은 욕조는 ‘RUN’에서 멤버들의 파티 장소로 바뀐다. 콘테이너 박스도 마찬가지. 즐거운 시간과 절망적인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도로는 역시, 뛰는 공간. 클리셰 같지만 창의적인 콘티는 콘테이너 박스와 물을 이용하는 부분에서 맛봤으니, 도로 정도는 뻔하게 넘어가줘도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솔직히 도로에서 뛰는 장면은 매우 속 시원하다.   







▶ 위의 두 컷은 ‘I NEED U’ 뮤직비디오, 아래 두 컷은 ‘RUN’ 뮤직비디오.





# 같지만 좀 다른, 소품들


그리고 이 모습을 모두 기록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진. 진이 들고 있는 소품은 각자 다른 일곱 명의 사연을 기록하는 장치로 쓰인다. 그는 동료들의 모습을 캠코더와 분홍색 즉석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소품이 다음 번 콘텐츠에도 등장할 것이란 강한 예감, 바로 들지 않는가. 실제로 캠코더는 ‘WINGS’ 쇼트필름 ‘#LIE’에서 멍하게 앉아있는 지민 앞에 다시 놓인다. 분홍색 즉석 카메라는 진이 주인공이 된 마지막 쇼트필름 ‘#AWAKE’에 핵심 소품으로 재등장.


한편 ‘#AWAKE’의 경우, 진이 ‘I NEED U’ 때 자신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상징적 소품으로 들고 나왔던 백합을 주요한 키워드로 쓰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앞선 6개의 쇼트필름에 담긴 상징이 즉석 사진 여섯 장, 액자 속 그림 등으로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점. 이는 본격적인 뮤직비디오를 내놓기 전에 힌트 삼아 중요한 메시지를 모두 담아 공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 쇼트필름 ‘#LIE’, ‘#MAMA’, ‘#AWAKE’ 등에 담긴 장면들.  






또 이전 뮤직비디오 및 프롤로그 영상에서 지민과 제이홉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중요하게 등장한 소품인 알약과 깃털이 있다. 이것들 또한 ‘WINGS’ 쇼트필름까지 이어지는데, 엔딩 부분에서는 두 사람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까지 같은 구도로 담음으로써 아직 풀어야 할 이야기가 더 남았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방탄소년단’이란 팀이 담고자 한 ‘청춘’에 관련된 메시지를 하나로 풀어내기 위한 요소다. 이 ‘큰 그림’ 덕분에 팬들은 넘쳐나는 영상 콘텐츠 사이에서 이것저것 해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재미만 있어도 되는데 심지어 어려워서 머리 쓰는 쾌감도 있다.




# 이거 어디서 본 장면 같은데요



잠시 구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소품, 장소, 인물 간의 관계 등 세세하게 해석해볼 여지가 많으나 그 와중에 또 하나 관심 있게 지켜볼만한 부분은 카메라 구도 및 숏이다. 소품과 장소, 인물을 찍는 방식을 일부러 비슷한 구도로 연출해 상황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 좌측 하향 세 컷은 ‘I NEED U’ 뮤직비디오 속 장면이다. 우측 하향 세 컷은 진 쇼트필름 ‘#AWAKE’ 속 장면.





▶ 위는 ‘DANGER’ 뮤직비디오, 아래는 ‘불타오르네’ 속에 등장하는 진의 클로즈업 숏.





단순히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이유로 소품 및 장소를 재활용하는 것이라기엔 멤버들을 찍는 카메라 동선부터 클로즈업 숏까지 꽤 닮아있다. 이런 장치를 통해 세밀하게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롤로그에서 누워있는 뷔를 깨우던 랩몬스터가 ‘RUN’에서는 정국을 깨우는 슈가로 바뀐다. 랩몬스터와 뷔가 서로의 몸에 장난치듯 그래피티를 행하는 장면이 ‘RUN’ 뮤직비디오에서는 뷔와 진으로 변하기도 한다. 






▶ 위 두 컷은 ‘화양연화 : 온 스테이지‘ 프롤로그, 아래 두 컷은 ‘RUN’ 뮤직비디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을만한 것은 바로 진이 등장하는 컷들. 앞선 사례와 맥은 좀 다르다. 관계성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이는 ‘DANGER’와 ’불타오르네’, 이 두 뮤직비디오에서 진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이 통일돼있다. 두 콘텐츠 사이에 심어놓은 매개가 이 클로즈업인 셈인데, 연결고리를 굳이 넣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너무 뻔한 의도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엄청난 고뇌의 결과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일 듯.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장면이 등장하므로, 직접 찾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 위는 ‘DANGER’ 뮤직비디오, 아래는 쇼트필름 ‘#STIGMA’ 속 장면. 전자를 후자에 그대로 삽입한 느낌이다.





# ‘화양연화’가 다인 줄 알았지?


아무튼 치밀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 연결고리가 2년 전에 발표한 1집 타이틀곡 ‘DANGER’에서부터 존재했단 사실 그 자체다. 물론 모든 멤버의 콘셉트가 전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뷔와 정국, 랩몬스터의 경우에는 ‘댄저’ 당시 주요하게 활용했던 소품을 가져오거나 멤버별 콘티를 그대로 활용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급조된 연결고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DANGER’에서 뷔는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른다. 이 장면은 지난 9월 중순 발표한 쇼트필름 ‘#STIGMA’에 다시 삽입된다. 영화 <아저씨>에서 차용한 콘티란 점을 짐작할 수 있는데, ‘DANGER’와 ‘WINGS’ 쇼트필름에서는 이 신이 소년의 반항적인 심리를 반영한 요소로 계속 사용되고 있다.







▶ 위는 ‘DANGER’ 뮤직비디오, 아래는 랩몬스터 쇼트필름 ‘#Reflection’ 속 장면이다. 





정국이 ‘DANGER’에서 부수는 피아노는 ‘윙’ 쇼트필름에서 불에 활활 탄다. 정국이 쇼트필름에서 보고 있는 그림이 슈가라는 설도 있는데, 기든 아니든 간에 방탄소년단 멤버 중 한 명인 것은 확실한 상황. 다만 앞서 낸 콘텐츠들을 통틀어 정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성을 띄는 것으로 추측할만한 인물이 슈가라는 점을 볼 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정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림 속 인물과 외모도 가장 비슷하다. 


랩몬스터는 직접 팔에 타투를 새긴다. ‘DANGER’에서는 글자를, 쇼트필름 ‘#Reflection’에서는 날아오르는 아브락사스(인간의 몸에 수탉의 머리, 뱀으로 만들어진 다리를 갖고 있는 신) 문양을 그려 넣는 식이다. 랩몬스터 쇼트필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아브락사스의 날개가 강조된다는 점은 역시 2집 타이틀 ‘WINGS’를 위한 이미지 상징. 이쯤은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시간에 <데미안> 한 번 더 읽고 오는 게 좋을 것 같..



아무튼 방탄소년단은 이번 ‘WINGS’ 쇼트필름에서 데뷔곡 ‘No More Dream’부터 ‘화양연화’ 파트 2 앨범 수록곡 ‘Whalien 52’의 가사까지 야무지게 스토리텔링에 이용하고 있다. 가사-소품-장소-카메라 구도 등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뮤직비디오(로 설명하기도 힘든 다양한 영상 콘텐츠들의) 히스토리, 팬들에게는 컴백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다시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독특한 형식 및 스토리의 아이톨 영상 콘텐츠를 감상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꼭 검색해 보시길. 실제로 이 정도의 유기성을 지닌 콘텐츠를 아이돌에게 활용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시도였다. 형식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한국 아이돌 역사상 최초인 것도 맞고.  



사진 = 방탄소년단 ‘DANGER’, ‘I NEED U’, ‘RUN’ MV, ‘화양연화 : 온 스테이지 프롤로그’ 영상, ‘WINGS’ 쇼트필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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