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너를 기억해’



디오의 판타지, 도경수의 리얼리즘

아이돌로지 발행
원문 링크 http://idology.kr/7416

by  on 2016/08/02




영화 〈순정 (2016, 이은희 감독)〉 개봉 당시, 한 영화관에서 ‘순정 콤보 세트’가 판매되었다. 나초와 추가 치즈 소스, 스프라이트 외 영화 굿즈로 구성된 이 세트 메뉴는 과거 〈엑소의 쇼타임〉이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디오가 홀로 영화관을 방문해 주문한 음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평소 자신의 뚜렷한 기호를 쉽게 내비치는 일이 없는 디오가 보여준 몇 안 되는 ‘호(好)’의 증거물이었다. 전례 없이 열광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킨 이 단품 조합은 결국 그가 출연하는 영화 제목을 달고 아예 세트 메뉴로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본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나, 이 일은 아이돌이 자신의 기호를 브랜딩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남게 됐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디오와 배우 도경수의 합작품이었다. 두 가지 아이덴티티가 만난 지점은 다분히 상업적이었지만, 바꿔 말하면 이는 디오와 도경수가 아이돌 가수 그리고 배우로서 제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EXO의 D.O. 가장 작은 소년이 가장 강력한 힘을

그가 지닌 첫 번째 아이덴티티, ‘디오’는 가수라는 직업군에서 발현된다. 엑소의 메인보컬 3인 중 한 명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보컬 스펙트럼은 서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감정에 충실한 목소리. 이것은 디오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2013년 겨울에 발표한 ‘12월의 기적’ 오프닝을 연 따뜻한 저음. 그것이 그의 보이스가 지닌 본래의 서정성을 가장 잘 활용한 예라면, 데뷔 앨범 타이틀곡 ‘MAMA’ 오프닝에서 전주를 강하게 차고 오르는 고음은 그의 서정성이 분노나 증오와 같은 감정적 대척점을 표현할 때도 매우 효과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되, 강단이 느껴지는 디오의 음색은 저음역대와 고음역대를 오가며 곡에 숨은 감정을 극대화하는 주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SM 엔터테인먼트는 팀 내 가장 서정적인 색깔을 담당하고, 신체적으로도 가장 왜소한 그에게 초능력 ‘힘’의 설정을 부여했다. 이는 팀에서 가장 연약해 보이는 소년이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역설을 통해 그가 신체적 단점마저도 콘셉트 상의 장점으로 승화시키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애처로운 눈빛과 보이스로 아름다운 것들만 좇을 것 같은 그가 아이돌 시나리오 안에서는 괴력을 발휘하는 굳건한 기질로 묘사된다. 이처럼 디오는 계획된 판타지 안에서 양극단에 놓인 이미지를 통해 커다란 간극을 만들어내고, 이는 팬들로 하여금 보호자가 되고 싶은 욕망과 반대로 그에게 기대고픈 욕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기제가 된다.





배우 도경수, 지극히 현실적인 곳에 사는 소년

한편 디오가 지닌 서정성은 배우로서의 정체성에도 주요하게 배양되어 있다. ‘디오’가 아닌 ‘도경수’라는 두 번째 아이덴티티의 출발점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2014)〉였다. 이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으로, 도경수가 자신이 지닌 애처로운 소년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화면으로 구현해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유년기 시절에 받은 상처로 망상장애를 겪는 장재열(조인성 분)과, 그가 만들어낸 자살 시나리오 속에 등장하는 소년. 도경수가 맡은 한강우는 신체적 질환과 일원화된 정신 질환의 절대치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또 이 드라마는 도경수에게 출발점임과 동시에 ‘아이돌 출신’이 으레 받는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접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일종의 터닝 포인트였다. 이때 도경수에게는 두 가지 맥락에서 이 용어를 적용할 수 있다. 1. 아이돌 ‘디오’에서 연기자 ‘도경수’가 되는 연예계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기능하면서, 2. 아이돌 출신 배우가 단 한 번의 ‘연기력 논란’도 없이 완벽하게 배우로 자리 잡게 된, 씬 전체에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전환점이 된 것이다. 눈빛, 왜소한 체구, 낮은 목소리처럼, 도경수가 지닌 서정적 요소는 매우 독보적인 지점에서 배우의 것으로 빛을 발했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을 하다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들은 첫 작품에서 대체로 밝은 역할을 맡는다.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경수는 완전히 다른 선상에 놓인 선택을 했고, 이것은 밝고, 쾌활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통상적 아이돌 이미지에 반하는 일이었다. 도경수는 “우울해서 보기 싫다”는 이유 덕분에 역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이어,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화를 다루며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카트 (2014, 부지영 감독)〉에 얼굴을 비췄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작품이 넉넉한 제작비 없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됐다는 점이고, 이로 인해 영화 말미에는 제작비를 지원한 팬들의 닉네임이 나열되는 진풍경이 그려지기도 했다. 더불어 도경수의 가장 최근 드라마 작품은 극 중 사이코패스 이준호(최원영 분)의 아역을 연기한 KBS 2TV 드라마 〈너를 기억해 (2015)〉 다. 그는 여기서 섬뜩하고 교활한 눈빛으로 자신의 목을 칼로 그은 뒤 교도소를 탈출하고, 아이를 납치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팬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가 ‘정신 질환’, ‘자살’, ‘비정규직 노동자’, ‘크라우드 펀딩’, ‘살인’ 등의 키워드와 묶인다고 쉽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도경수는 영화 〈순정〉과 관련해 첫사랑의 기억을 묻는 인터뷰에서조차 “(당시에) 행복함, 풋풋함보다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들이 더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명필름

ⓒ 명필름



그가 택한 자신만의 T.P.O.

디오, 그리고 도경수는 “무대도 긴장이 되고 촬영장도 긴장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무대에서의 떨림에 대해 “희열의 떨림”이라고 하고, 연기할 때의 떨림에 대해서는 “다른 배우에게서 공통된 감정을 느끼고, 그게 딱 맞아 떨어지면 엄청난 희열(이 온다)”고 설명한다. 그에게 있어서 아이돌 디오와 배우 도경수가 분리되는 순간이다.


엑소의 디오는 어떤 발라드 싱어보다 서정적인 보이스 컬러로 노래할지언정,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면 능숙하게 미소를 짓거나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아이돌스러움’을 갖추고 있다. 반면 도경수는 서정이 짙게 밴 눈빛으로 연기에 임할지언정, 거칠고 현실 냄새나는 역할을 택해 아이돌이라면 쉽게 고르지 않을 불편한 선택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아이돌 디오에게 있어서 서정성이란 엑소의 판타지로 귀결되고, 배우 도경수에게 서정성이란 판타지 따위 없는 냉정한 리얼리즘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순정〉 스틸컷 ⓒ 주피터 필름

〈순정〉 스틸컷 ⓒ 주피터 필름



그에게는 ‘예능감’으로 승화시킬 만한 뛰어난 유머 감각이 없다. 엑소 멤버들 사이에서 두드러질 정도의 말주변도 없다. 그러나 확고한 자기 기준은 존재한다. “’남자다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아직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 예로 배우 잭 블랙을 꼽는 정도다. 그는 알고 있다. 주어진 역할을 보다 넓고 깊은 스펙트럼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요건보다 내부에 쌓인 경험적 요소가 더욱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의 왜소한 체구가 웃음거리가 됐을 때에도 분노나 자격지심을 내비치지 않는다. 말없이 묵묵한 자신의 캐릭터를 지켜갈 뿐이다.


이것은 그만의 T.P.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상황)다.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대비 속에서 디오와 도경수가 고른 시간, 장소, 상황 중 그와 어울리지 않은 것은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분명히 그렇다. 그러니 이 아이돌이 보여주는 새로운 이미지 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6. 6. 16 

문화웹진 웨이브(www.weiv.co.kr)에 실렸던 앨범 리뷰입니다.







루나, 에프엑스식 ‘균열’의 또 다른 시도


에프엑스(f(x))라는 팀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라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이미지들의 결합이란 점에서 매우 난해하다. 혹자는 이들을 ‘독특하다’, ‘개성 있다’ 혹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해 ‘유니크(unique)함’으로 단순화시키지만, 이는 에프엑스란 팀이 야기한 문화적‧사회적 균열을 설명하기에 한참 모자라다. 여기서 문화적 균열은 기존 걸 그룹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선택지에 속하지 않는 콘셉트로 아이돌에 대한 시각을 반전시키는 데 일조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회적 균열은 에프엑스 멤버 엠버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시스젠더 정상화에 대한 일갈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의식 변화를 일컫는다.


그런데 그 속에서 에프엑스 멤버인 루나가 취해온 노선은 컨벤셔널(Conventional)함에 가깝다. 그가 에프엑스란 팀에서 갖고 있던 중화(中和)의 기능이 하나의 (매우 중요한) 캐릭터로 기능하며, 이것이 리드보컬로서 팀의 기틀을 잡는 굳건한 기둥이 되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루나가 에프엑스가 지닌 콘셉츄얼함과 오묘한 음악적 색채를 가장 백색 도화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번 변화하지만 철저하게 설계된 에프엑스의 각 콘셉트와 음악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구심점을 맡고 있는 루나의 역할은 짐작컨대 팀 구성 시기부터 의도된 것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루나는 에프엑스만의 장점을 갖췄으면서도 그룹에 대해 ‘난해하다’ 평가하는 이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주는 역할 또한 수행하는 인물이다.


첫 솔로 데뷔와 함께 내놓은 미니 앨범 [Free Somebody]는 팀을 융합시키는, 즉 팀의 기본적인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점에 서 있는 그의 아이덴티티를 적시한다. 지난해 발표했던 에프엑스의 [4 Walls]가 아이돌 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신비한 일렉트로닉 뮤직의 향연이라고 평가한다면, 루나의 앨범은 이때부터 한층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에프엑스의 ‘힙’함과 맞닿아 있다. 당시 루나를 제외한 에프엑스 멤버들은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신비스러운 목소리를 입히는 역할을 했는데, 이때 루나는 히스테릭한 사운드와 가사를 더 히스테릭하게 뚫는 가창으로 장르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솔로 데뷔 앨범에서는 완전히 루나가 갖는 정체성이 되었다.


타이틀곡 “Free Somebody”는 최근 SM이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닉 팝이고, 최근 클럽 트렌드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장르인 퓨처 하우스가 덮였다. 앞서 루나의 보컬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뚫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것은 대체로 보컬 없이도 충분히 댄스 음악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SM이 음악을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퍼포머를 투입시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퍼포머의 기능이 중시되는 ‘아이돌 음악’에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특성보다 보컬리스트의 역량이 우선이며, 관객을 춤추는 플로어 밖으로 타자화 하는 한이 있더라도 퍼포머가 음악을 넘어서야 한다. 루나의 강력한 보컬은 그런 면에서 SM의 야심을 부각시킬 수 있는 완벽한 소스다.


앨범에 실린 일렉트로닉 넘버들은 당연하게도 루나의 목소리가 들어갈 공간을 철저하게 상정해두고 있다. 타이틀곡 “Free Somebody”의 브레이크다운 구간에서 제로에 가깝게 줄어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비해 루나의 보컬이 지닌 에너지는 거의 하강하지 않는다. 이는 비트가 쉬어도 안무를 쉴 수 없는 아이돌 음악(내지는 퍼포먼스)에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요소일 것이다. 다만 이런 특성을 장점으로 간주한다면 [Free Somebody]는 분명 재미있고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반면에 보컬을 전자음악의 악기로 상정하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이들에게는 크게 흥미를 끌 수 없는 앨범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SM은 소속 가수들이 ‘역할’처럼 수행하는 R&B에 대한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과거 보아의 솔로 앨범을 떠올리게 하는 어반 넘버 “Keep On Doin’”이 그런 차원의 익숙함을 주면서도 한층 더 강렬해진 쾌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가 ‘루나의 솔직한 감성을 만나기에 충분한 곡’이라고 소개한 PBR&B “My Medicine”은 ‘솔직하다’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건조한 보컬이 유독 걸린다. 어머니와 나눈 편지에 담긴 내용을 가장 복잡다단하고 감각적인 장르로 표현했고, 전체 트랙과 이 곡의 감정적 교집합이 없다는 점 때문에 건조한 감정 처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앨범 전체의 톤에 맞추기 위해 선택된 장르가 본래 ‘편지’란 아이템이 지닌 심리적 양감을 약화시켰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앞서 엠버가 발표했던 “Beautiful” 및 “Borders”와 같은 곡이 에프엑스가 야기한 사회적 균열을 또 한 차례 터치했다면, 이번 루나의 앨범은 일렉트로닉의 맛을 본 그룹 에프엑스의 리드보컬이 만든 또 하나의 ‘장르적 균열’처럼 보인다. 아이돌씬에 선사한 장르적 균열을 완전히 에프엑스의 정체성으로 가져가려는 시도의 발로가 루나인 것일까. 에프엑스가 발표한 곡들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곡을 굳이 꼽는다면 시니컬함을 모두 제거한 “예쁜 소녀 (I Wish)” 같은 트랙이 있지만, 이 또한 자기중심적이고 여성중심적인 시각이 담긴 톤을 유지한 가사란 점에서는 결국 에프엑스의 도발적인 시각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어찌 됐든 이 앨범을 에프엑스란 팀에 기반을 둔 ‘리얼리즘’ 안에서 꽃핀 판타지로 만드는 것은 약 3분의 1의 분량으로 앨범을 장악한 차가운 일렉트로닉 트랙의 힘이다. 이 앨범의 진가는 파랗고 경쾌한 목소리를 지닌 루나가 역설적으로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내지르는 트랙들에 있고, 여기에서는 아이돌 팝스타의 세련된 목소리와 ‘디바’로 일컬어지는 보컬리스트들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 루나가 보여주는 2016년식 접합이 보인다. 타이틀 곡을 제외한 중에서도 “Galaxy”가 담고 있는 극한의 발산적 이미지는 유독 귀에 박힌다. 이는 일렉트로닉 팝이 기본적으로 보유한 재미를 완전히 체득한 아이돌 보컬리스트의 성과다. | 박희아 muse.pha@gmail.com


 

Rating: 7/10

 


수록곡
1. Free Somebody
2. Breathe
3. Keep On Doin’
4. 예쁜 소녀 (I Wish)
5. Galaxy
6. My Medicine

 









  # 인터뷰 전에 질문을 준비하면서 좀 고민했습니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면, 그냥 유행해 편승해 이들을 해석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어느 순간부터 이 단어가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에 이런 말을 한 적 있거든요. 아이돌들이 잠도 못 자는 시간을 쪼개서 힘들게 진행한 인터뷰에 자신들을 위한 가치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인터뷰는 필요없고, 싫고, 이런 이야긴 아니고요. 다만, 나중에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봤을 때 '아, 이때 내가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었구나. 기분 좋은(혹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지' 이런 걸 본인은 알 수 있게요. 워낙 어떤 의미로든 빛이 나는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이 인터뷰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세븐틴 멤버들이 한참씩 고민 끝에 내놓은 답들이 담겨서요. 


 다른 멤버들도 물론 하나하나 인상 깊었지만, 목이 다 쉰 상태로도 한참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늘어놓던 승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팀에는 말을 안 듣는 멤버가 없다고 난감해하던 에스쿱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무조건 '춤'을 추겠다고 강조하던 호시가 유독 기억에 남아요. 아,  남자 아이돌이면 모두 받아봤을법한 "나 빼고 다 남자라면"을 변형시킨 "나 빼고 다 여자라면" 질문에 진심으로 괴로워하던 우지. 이런 질문엔 언제나 적응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록된 내용이 세븐틴에게도 그 당시를 기억하는 가치가 있기를 바라요. 그런 순간을 위해 고르고 또 고른 이야기들이 지면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세븐틴이 아직도 17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여길 주목하시길. ‘13명이 세 개의 유닛으로 하나의 팀이 된다(13+3+1=17)’는 의미가 담긴 결과물이 바로 17이란 숫자다. 힙합, 보컬, 퍼포먼스 세 유닛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 아이돌’이란 독특한 정체성을 자랑하는 이들. 치열한 제작 과정 안에 숨은 세븐틴의 치열한 청춘 엿보기.


Q 오랜만이네요. 컴백을 앞둔 기분이 어때요?

▲ 우지_ 첫 정규라서 부담도 많이 되지만, 기대도 많이 돼요. 신경 쓰고 있어요. 

▲ 도겸_ 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요. 얼른 무대에서 팬분들 만나고 싶어요.

▲ 원우_ 저는 요즘 책을 많이 읽었어요. 가사를 직접 쓰는 데 독서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Q 그동안 재미있는 일 있었어요?

▲ 호시_ 인터넷 쇼핑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희한테 게임기가 있거든요. 도겸이가 ‘원피스’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 주문하고 일주일을 기다렸어요. 오자마자 딱 꽂았는데 버전이 안 맞았어요. 환불도 못하고.(웃음)

▲ 도겸_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Q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하나봐요.

▲ 도겸_ 저희 다 좋아해요. OST 틀어놓고 막 춤춰요.

Q 공백기 동안 멤버들끼리 서로 칭찬해주고 싶었던 건. 불만은 없어요?


▲ 에스쿱스_ 저희는 정말 불만이 없어요. 대신 제가 리더이다 보니까 전부 다 칭찬해주고 싶어요. 자체 제작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아요. 요샌 멤버들끼리도 얼굴을 잘 못 보거든요. 그런데 마주쳤을 때 아무도 힘든 티를 안 내요. 서로 힘이 되어줘요. 

▲ 민규_ 우지 형이요. 정말 앨범 작업을 열심히 해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평소에 얘기를 많이 나눠요. 불만이 생기면 바로바로 풀어서, 진짜 말할 게 없는 것 같아요.

▲ 준_ 저는 불만 있어요. 원우! 밥을 그렇게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쪄?

Q 지금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그랬다면 뭘 전공했을 것 같아요?

▲ 디에잇_ 지금처럼 예체능 전공이요. 아니면 요리.

▲ 에스쿱스_ 전 중학교 때부터 꿈이 체육 선생님이었어요. 남는 게 힘밖에 없어서요.(웃음) 


▲ 정한_ 전 지금 광고제작과인데, 적성에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심리학을 배우고 싶어요.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요. 아, 커피도 배우고 싶어요. 

▲ 도겸_ 전 미술이요. 원래 그림을 못 그리는데 대학에선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 호시_ 오로지 춤이요. 아직도 더 배우고 싶어요. 

▲ 조슈아_ 비즈니스요. 미국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도 비즈니스 전공하는 학교였는데, 가족들이 다 사업을 하고 있어서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그때 회계는 배웠어요.

Q 리더에게 물을게요. 팀 내에서 누가 제일 말을 안 들어요?

▲ 에스쿱스_ (한참 망설이다가) 말 안 듣는 멤버가 없어요. 멤버들이 모두 너무 착해서 말썽을 부리거나 그런 멤버들이 없거든요. 제가 오히려 매니저 형들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Q 멤버 중에서 가장 수다쟁이는 누구예요?

▲ 민규_ 승관이요. 근데 쟤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말이 많은데, 자기 일 할 때는 말이 없어요. 연습실에서는 다들 말이 없는 편이고요.

Q 그럼 막내 디노가 생각할 때, ‘이 형은 정말 나보다 동생 같다’ 싶은 멤버는?

▲ 디노_ 이건 생각할 것도 없어요. 버논 형이에요. 보통 연습 끝나면 자기 물건 챙겨서 가는데요, 형은 연습 끝나도 뭘 계속해요. 그래서 더 제가 챙겨줘야 할 것 같아요. 엉뚱한 면도 있고요.

Q ‘내 친구의 섬은 어디인가’, 그리고 MBC MUSIC ‘세븐틴의 어느 멋진 날-13소년 표류기’를 찍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민규_ ‘어느 멋진 날’에서 생닭으로 치킨 만든 걸 잊을 수가 없어요. 맛은 있었는데, 그냥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싶은 거예요. 치킨은 시켜 먹는 게 맛있습니다. 


▲ 준_ 마지막 스태프 분들 밥까지 했을 때요. 80인분을 다 했는데, 방송엔 잠깐 나오지만 사실 5~6시간을 했어요! 

▲ 정한_ 전복 캐러 청산도에 갔거든요. 디에잇이 아파서 나중에 왔는데… 다 같이 모여 있다가 ‘몰카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여기는 전복 마을인데, 전복을 화폐로 쓸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 디에잇_ 처음엔 안 믿었어요!

▲ 승관_ 저는 ‘내친섬’에서 어머니가 갑자기 나오신 거요. 제가 전화로 확인했을 때만 해도 누나들 집 봐주러 서울에 계신다고, 왜 하필 오늘이냐고 하셨거든요.

Q 승관은 제주도가 고향인 걸로 너무 유명한데, 멤버 중 제주도에 떨어뜨려놓으면 누가 제일 잘 살 것 같아요?

▲ 승관_ 조슈아 형이요. 미국에서도 여유롭게 살았으니까, 제주도가 그렇게 살기 딱 좋은 곳이에요! 평소에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나갔다 오는 친구거든요.


Q ‘부석순(부승관-도겸의 본명 이석민-호시의 본명 권순영)’ 이 세 명이 개그와 만담 트리오로 너무 유명한데, 조슈아가 새로운 개그 캐릭터로 떠오르고 있다고 들었어요.

▲ 조슈아_ 예전에는 젠틀한 이미지였어요. 애들하고 같이 놀다 보니까 숨길 수 없는 게 있더라고요. 저 세 명 때문에 제가 점점 변한 것 같아요.

▲ 도겸_ 조슈아는 정말 저희만 보기 아까운 애예요. 너무 웃겨요.

Q 데뷔 초와 비교할 때 외모가 가장 멋지게 변한 멤버는 누구죠?

▲ 정한_ 디에잇이요. 전보다 귀여우면서 동시에 멋있는 능력이 향상됐어요.

▲ 디에잇_ 저는 정한이요.(웃음)


▲ 우지_ 정한이 형. 데뷔 전에는 짧은 머리였는데, 그때만 해도 잘생겼다고 생각했지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머리를 기르면서 예쁘장한 외모의 남자가 된 것 같아서요.

▲ 승관_ 버논이요. 많이 컸어요. 딱 1년 전 사진만 봐도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성격은 아직 애 같아요. 옛날엔 강아지 같았는데 지금은 큰 개 같아요.

Q 도겸은 팬들 사이에서 ‘사윗감 프리패스상’이라고 불린다던데. 소감 한마디?

▲ 도겸_ 진짜요? 몰랐어요. 장모님, 감사합니다!

▲ 조슈아_ 마음이 따뜻해 보여서 그런 것 아닐까요?

Q 나 빼고 다른 멤버들이 모두 여자라면 누굴 선택할 거예요?


▲ 승관_ 이거 너무 어려워요. 조슈아 형이 아까부터 자꾸 윙크를 하고 있습니다.

▲ 원우_ 전 쿱스 형. 똑똑하고 생활력이 강해서 가계를 잘 꾸려줄 것 같은 느낌이에요.

▲ 민규_ 디에잇이요. 마음이 잘 맞아요. 동갑이어서 도겸이도 똑같이 친한데, 여자라고 생각하니까 디에잇이 잘 맞을 것 같아요. 

▲ 준_ 버논이요. 다른 멤버랑 느낌이 달라요. 서양적 이목구비도 그렇고, 한국어·영어 다 할 수 있는 것도 매력 있어요.

▲ 에스쿱스_ 도겸. 정말 잘해줄 것 같아요. 너무 착해서요. 

▲ 디에잇_ 민규. 할 줄 아는 게 많고 마음도 맞아요. 키도 크고요. 


▲ 정한_ 승관이요. 재치 있고, 옆에 붙어 있으면 많이 챙겨줄 것 같아요. 마음도 여려요. 

▲ 도겸_ 조슈아 형. 평상시에도 젠틀하고,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잘해주거든요.

▲ 조슈아_ 도겸이요. 이유가 있어요. 전 슬플 때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요. 도겸이가 또 생각이 많은 친구라…. 

▲ 호시_ 너무 어려운데… 정한이요. 착하고, 잘 챙겨주고, 또 좋은 향기가 나서. 

▲ 버논_ 전 우지 형. 모두 여자라고 생각했을 때 그나마….

▲ 우지_ 정한이 형. 성격이 여자가 됐을 때 순한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이런 상상,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힘들어요!(웃음)


Q 지금 세븐틴은 유닛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세븐틴 내에서 ‘프로듀스 13’을 개최한다! 가장 유닛해보고 싶은 그룹을 만들어볼까요?

▲ 원우_ 저는 디노, 조슈아 형, 정한 형, 민규까지 5명이서 슬픈 분위기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요. 

▲ 민규_ 도겸이랑 디에잇! 97라인인데요. 스무 살에 걸맞게 신나는 무대를 하려고요. 

▲ 준_ 그럼 난 96라인. 호시, 우지, 원우요. 퍼포먼스, 힙합, 보컬 다 있어요.

▲ 호시_ 전 디노요. 같이 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도겸_ 버논, 쿱스 형과 함께하고 싶어요. 힙합 장르에 어울리는 보컬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랩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웃음)


▲ 호시_ 서정적 노래를 하는 유닛과 섹시한 곡을 하는 유닛으로 나누면 좋겠어요. 애프터스쿨 선배님들이 블루와 레드로 나뉘었던 것처럼! 서정적인 유닛엔 정한, 승관, 디에잇, 버논, 디노, 우지요. 섹시한 유닛엔 도겸, 원우, 준, 쿱스, 슈아, 민규, 저요. 

Q 그러고 보니 우지는 이제 프로듀서인 계범주 씨와 정말 둘도 없는 사이가 됐겠네요.

▲ 우지_ 네. 정말 좋아요. 지금 열심히 파이팅하고 있어요.

Q 그럼 우지가 멤버 한 명을 직접 프로듀싱한다면, 누굴 가장 멋지게 프로듀싱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우지_ 버논이요.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거든요. 제가 프로듀싱을 한다기보다 둘이 함께했을 때 저에게 없는 새로운 창작물이 나올 것 같아요. 

▲ 버논_ 매우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Q 버논은 요새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던데, 영감은 어디서 얻어요?

▲ 버논_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있어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Q ‘닮은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를 좋아하나요?

▲ 버논_ 아, 물론 좋아합니다.

▲ 우지_ 오스카에서 상 받았다고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Q ‘승행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에스쿱스(본명 최승철) 행동 중 뭐가 그렇게 설레길래 그런 말이 나온 건가요?


▲ 승관_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해요, 진짜 친구처럼. “밥 먹었어?” 이런 게 설레나봐요. 부럽기도 해요. 

▲ 버논_ 뭔가 있어요, 사람을 대할 때.

▲ 우지_ 저는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하는데 마음대로 안 돼요. 쿱스 형은 소통을 잘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Q 그럼 ‘우행설’도 한번 만들어봅시다. 팬들에게 표현 한번 해볼까요. 

▲ 우지_ 아, 정말 쑥스러운데요. 사랑해요. 

▲ 디노_ 와, 우지 형은 정말 ‘사랑해요’라고 말 안 하는 사람이에요.

▲ 승관_ 이것도 진짜 대단한 거예요.

▲ 우지_ 이번 정규 앨범은 진짜로 팬분들을 위해 만든 앨범이에요.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하실까, 더 와 닿을까, 이런 걸 하나씩 모두 고민했어요. 좋아해주셨으면 해요.

▲ 승관_ 기자간담회 온 거 아니지? 쇼케이스 온 줄 알았어.

Q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이네요. 씩씩한 세븐틴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인가요? 

▲ 우지_ 지금이요. 제가 원래 생각하고 있던 청춘은 학창 시절 느낌이었는데, 저희에겐 그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학교생활이라기보다 지금 열세 명이서 함께 살고 있고, 이렇게 같이 활동하고 있는 게 청춘이에요. 노래하고, 음악을 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그러니까 좀 더 나이 먹어서 얘기한다면, 제 청춘은 이때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 버논_ 저도 지금이요. 그런데 전 제 자신이 애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래서 ‘청춘’이 거창한 단어 같아요. 많이 경험해봐야 될 것 같아요. 

▲ 승관_ 추억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난 뒤에 ‘아, 그때가 청춘이었구나’ 그렇게 느낄 것 같거든요. 지금은 학창 시절이 그렇게 느껴지는데, 미래엔 세븐틴이겠죠?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하고, 이렇게 모이는 시간이 줄어들면 지금이 정말 소중했단 걸 알게 될 것 같아요. 

▲ 도겸_ 세븐틴에 바쳤습니다. 저희가 학창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거든요. 인생을 세븐틴 준비에 바쳤다고 생각해요. 그게 청춘 같아요.

▲ 호시_ 나중에 더 어른이 되고 나서 뒤돌아본다면 남는 건 세븐틴 하나일 것 같아요.

▲ 디노_ 전 사실 지금 학교도 다니고 있고, 유일한 학생이라서… 아직까지 그 말은 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Q 호시, ‘스포호시’로 유명하다던데 이번 안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 호시_ 콘서트를 하다 보니까 많은 관객분들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스크린을 안 보고 무대를 봐도 멋있는, 한마디로 보는 재미가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서 노력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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