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왜 자꾸 ‘제복’을 입죠?

2016. 3. 2 웹진 <아이돌로지> 발행

원문 링크 http://idology.kr/6415 




두 심리학자 오기 오가스(Ogi Ogas)와 사이 가담(Sai Gaddam)이 펴낸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웅진 지식하우스, 2011)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들은 제복을 갖춰 입거나 옷을 잘 입는 남자에게 선호를 보인다. 푸른 제복을 입고 하얀 면장갑에 군모를 쓴 해군이나 부츠를 신고 배지를 단 경찰, 이세이 미야케 정장에 테스토니 단화를 갖춰 신은 부유한 비즈니스맨은 모두 여자의 성욕을 자극한다.(p.295)” 도서 소개에 따르면 이들은 “수백만 개의 성인 사이트와 100만 편의 포르노 동영상, 100만 권의 에로소설, 수만 편의 디지털 로맨스 소설을 과학적․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래도 예외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의 분석에 충실해 보면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제복을 자주 입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아졌다’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주장도 꽤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소년의 교복

흔하디흔한 아이템이지만 교복을 아이돌이 장착하는 순간, 많은 팬들이 “○○이 몸에 교복 박제했으면”이라고 외친다. 과거 H.O.T.가 입던 교복에 비해 현재 엑소나 방탄소년단이 입는 교복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세련돼졌지만, 아이돌 시장에서 꾸준히 통한다는 사실만큼은 변한 게 없다. 그중 방탄소년단의 교복에는 유독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학교 시리즈’ 두 번째인 “SKOOL LUV AFFAIR”(2014)의 타이틀곡 ‘상남자’에서부터 교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힙합은 록과 함께 대중에게 가장 반항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장르다. ‘힙합 아이돌 그룹’이란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교복 따위 X까’라고 내뱉어도 됐고, 그래서 데뷔 때만 해도 이들의 옷차림은 SUPREME, HBA, STUSSY 등 널리 알려진 스트리트 브랜드와 더불어, VERSACE JEANS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프린팅과 스턴틴(stuntin) 등으로 가득했다. 힙합의 장르 문화를 구성하는 상징물들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반항적인 십 대 사춘기 정서를 힙합이 대표하는 자유 및 저항 정서와 같은 결로 납득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다. 그런데 ‘진격의 방탄’(2014) 활동 당시 한 무대에서 군인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제복을 입더니, ‘상남자’부터는 스스로 구속과 억압의 상징이라 외쳤던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상남자’의 교복은 엑소가 ‘으르렁’(2013)에서 선보였던 수트형 교복과도 차이가 있다. 성인 남성이 풍길 법한 섹슈얼한 느낌은 쏙 빼고 실제 교복과 색감, 분위기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매우 흡사한 톤이 풍기게 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후 ‘하루만’(2014)에서는 교복 바지 위에 니트로 짠 조끼나 스웨터를 착용했다. 단추와 넥타이 하나하나까지 ‘BTS’가 새겨진 교복. 하다못해 양말에도 수놓아져 있다. 마치 명문 사립학교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소년들은 더 이상 학교와 억압받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꽉 잡아 날, 덮치기 전에”라고 사랑에 있어 너무나 도발적인 언어를 사용하고(‘상남자’), “하루만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다면”(‘하루만’)이라고 애끓는 소년의 마음을 노래했다.



굿 카메라, 베리굿 카메라 등 다양한 버전. 전무후무일 것으로 예측되는 ‘각 잡힌’ 퍼포먼스.



남자의 제복

아이돌 그룹 스토리텔링이 성장 서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흔히 아이돌 멤버들이 모두 성인에 가까워지면 교복은 좀 더 세련되고 어깨나 허벅지 등 몸매 라인이 부각되는 수트로 진화한다. 유난히 성장 서사가 두드러지는 방탄소년단은 그러나 수트 대신 제복을 선택했다. 가장 본격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던 무대는 2014년 이었다. 이들은 해군을 연상시키는 새하얀 제복을 착용하고, 대형 깃발을 흔드는 댄서들 앞에서 멤버들이 함포(艦砲)를 형상화한 안무를 선보였다. 단추까지 똑같이 달린 군복에, 에너제틱한 퍼포먼스까지. 명백한 군대 이미지를 차용한 결과물이었다. 이어 “화양연화 pt.1”(2015) 타이틀곡 ‘I NEED U’에서도 소위 ‘세라복’이라 일컫는 중성적인 아이템이 의상 콘셉트에 포함되어 제복의 맥락을 이어갔다. 명문 학교는 잘생긴 남성들로만 꾸려진 군부대로 진화했다.

후속곡 ‘쩔어’에서 소년들은 대단히 노골적으로 제복 페티시즘을 공략했다. 미적으로 보기 좋게 재단된 군복, 대기업 사원 복장, 특수요원복, 레이서복, 의사 가운 등, 당시 방탄소년단이 선보인 직업군 유니폼만 해도 열 종류가 훌쩍 넘는다. 셰프, 보디가드, 경찰, 교복(당시 유일한 팀 내 미성년자였던 정국 혼자 입었다), 항해사 등 다양한 의상이, 교복의 경우에서처럼 사실적으로 구현됐다.

정제되지 않은 것이 힙합의 매력이라면, 아이돌은 철저히 정제된(즉 연출된) 이미지 안에서 캐릭터가 움직인다. 방탄소년단에서는 그것이 제복의 절도를 통해 연결된다. 이들은 무대에서 웬만해선 넥타이를 풀어헤치거나 겉옷을 벗는 등 주어진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드물게라도 이런 행동을 하는 멤버는 정해져 있다. ‘마이 웨이’를 고수하는 슈가, ‘상남자’에서 거친 발성을 구사한 뷔, 종종 복근을 드러내느라 와이셔츠를 밖으로 빼낼 수밖에 없는 지민에 한정돼 있는 편.)





제복의 ‘진한’ 설렘 – 은밀한 성적 자극의 기제

또한 앞서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에서 인용한 것처럼, 제복이란 것은 성(性)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자극적인 욕구 기제 중 하나다. 페티시즘이나 롤플레잉처럼 옅게는 설렘부터 진하게는 성욕까지 느끼도록 하는 은밀한 요소인 것이다. <검은 사제들>(2015, 장재현 감독)이 개봉했을 때,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는다’는 점에 흥행과 관련해 중대한 방점이 찍혀 있었단 사실을 기억하는가? 내면에 잠재된 성적 판타지란 이렇게 거대하게 기능한다.

특히 군인, 의사, 경찰 등 흔히 남성의 영역이라 일컬어지는 직업군들이 입는 제복에서 연상될 수 있는 것은 힘, 박력, 스마트함 등으로 대변되는 완벽한 ‘남성성’이다. 제복을 통해 가장 멋진 남성상을 구현하고, 제복이 지닌 관습적 이미지에 기댐으로써 팬들에게 관계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이상적인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방탄소년단은 ‘소년’이란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섹슈얼하게 욕망과 본능을 건드리는 보이 그룹인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교복과 제복 콘셉트는 서사적 짜임새부터 대중에 의도한 바까지 예상외로 치밀하다. 교복을 통해 순수하면서 저돌적인 소년의 이미지를 가져온 뒤, 다양한 직업의 제복들을 이용해 은밀한 포인트들을 끌어왔다. 힙합 아이돌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해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어쨌든 방탄소년단은 올해 들어 열린 시상식에서도 또 제복을 입었다. 정말 계속 입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입을 것 같다.


추신. 소녀시대, AOA,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등. 걸그룹의 교복과 제복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기능을 할 것이다. 또 남자의 제복보다 여자의 제복에 더 설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 되겠지.



◆ 사실 아이돌들이 제복을 입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다만, 이 팀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중요한 포인트로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방탄소년단이란 팀의 정체성과 제복의 성질 간에 묘한 괴리(라고 하면 부정적 뉘앙스에 치우친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속내는 반반 정도입니다)가 느껴졌고.. 그걸 글로 옮겨보게 됐습니다. 이 부분은 글에 거의 푼 것 같네요.

또 다른 하나는.. <화양연화>라는, 기존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에 전례없던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팀(내지는 회사)이 제복을 입었다면 단순히 보고 넘기기 아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의 제복이 단순한 코스튬의 의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코스튬 말고, 코스튬 플레이에는 이성-비이성을 오가는 놀라운 상상 기제가 숨겨져 있다고 봅니다. 방탄소년단 같이 3D가 다른 3D(=타인, 타직종 등등..)에 내재된 여러 상징을 따오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코스튬플레이가 2D를 3D로 구현하는 순간 굉장한 폭발력을 보여줬단 점을 떠올려보면 그 시작점부터 분명 평범한 미학적 시각은 아니었던 걸로. 

어쨌든 일할 때 언제나 요란하고 활기차면서도, 이야기 할 땐 꽤 똑 부러졌단 인상을 줘 기억에 남는데.. 그래선지 이 글을 쓰며 '쩔어' 티저 이미지를 다시 들춰보니 탄탄한 코스튬플레이가 주는 정제된 이미지가 무척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힙합, 아이돌, 제복, 현실적 타협, 왕가위, 신라시대(?).. 음. 여러 가지 키워드를 떠올리게 하는 방탄은 분명 재미있는 팀임엔 분명합니다. 아무리 봐도 아주 독특한 정체성입니다.






   

  1. 겨울비 2016.06.07 15:03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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